정원을 그리다.                                           65기 김경화

   “하루의 행복을 원한다면

     술을 마시고

     일주일의 행복을 원한다면

     돼지를 잡고

     한 달의 행복을 원한다면

     결혼을 하고

     평생의 행복을 원한다면

     정원사가 되라!“

  중국의 속담이다.

   나는 내가 제일 원하는 삶이 무엇일까?

  50세의 지천명 나이에 이 원초적 물음으로 시작되었다.

  앞만 보고 너무 열씸히 살아 오고 입시 지옥 터널을 지나면서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 보게 되었다.

  늘 동경해 오던 타샤 투더의 삶을 보면서 멘토-멘티가 되어

  아파트 베란다 정원과 화분을 가꾸면서 몰입 되는 과정이 너무 좋았다.

  작은 잎사귀 꽃잎을 바라보며 무아지경에 빠지며 수시간도 가만히 앉아 

  바라보곤 했다.나도 해보자

  한번 밖에 없는 인생,항상 처음 맞이 하는 시간과 세월,

  대신 살아 가는 것도 아닌 나의 인생을,

  가진 것도 없이 태어난 내가 무얼 더 바라는가!

  타샤 할머니도 46세 나이에 그 넓은 30만평을 여자 혼자 힘으로

  가꾸어 가는데 저질러보자.

  실행과 결단의 힘은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꽂히면 하고 마는 성격에 불을 질렀다.

   그 동안 모아둔 자료를 모아 건축가에게 건축 의뢰를 한다.

  정말 살아 보고 싶은 건축가의 집이었다.일사천리로 집은 완성 되었다.

  완공은 한여름 7~8월, 무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정원 공사를 하며 황무지 

  황토 밭에 가드닝이 아니고 그냥 꽂았다.

  대 참사가 일어났다.꽃이 품고 있는 양분 만큼만 성장하고 죽어 가는 것이다.

  성급함이 부른 당연한 결과이다.

  기본과 원칙이 있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토양을 만들고 배수와 조건을 맞추는 일이 

  우선인 것을 간과한 채 보여지는 성과에 급급한 실패였다.

  기다림은 시간을 거쳐 들인 만큼의 노력의 댓가가 나타남을 깨달았다

  보살피고 사랑하고 관심을 가진만큼 더 큰 보답과 보상이 따르는 

  자연의 순리를 느낀다.

  차차 세월이 흘러 14년차 가드너가 되었다.

  내가 가꿨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내어 주는 품 속으로 정원이 들어 앉았다.

  이제는 보기만 하여도 어떤 모습의 아우성인지 자식을 낳은 모성 감성으로 

  알게 되었다.

  이제는 정원을 그린다. 200평 남짓의 정원을 리모델링 하려는 작업이다.

  이름도 정했다. “빠샤리 정원” 두딸 누리 해리가 힘내라는 응원의 정원, 

  우리 모두가 힘내고 파이팅하는 정원이다.

  땅이 녹기만을 기다려 그려 놓은 도면에 맞게 식재하려는 마음이 바쁘다.

   눈이 내려 소복이 쌓인 꽁꽁 언 대지 위에 나의 마음은 벌써 들끓는 용광로다.

  보기 좋고 눈에 띄는 품종의 꽃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자연식 정원을 그린다.

  네델란드 '피터 아우돌프'의 정원사에 매료되어 탐독하며 공부 중 이다.

  창 밖에는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이 하면서 꿈 속의 

  정원을  그리고 있다.

                                                    2023년 12월 25일 화성 화산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