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고 교지 杏友에 실린 글 <1994년도>

꿈의 실현

제 49회 졸업 김안자

<홈컴잉데이 행사를 마치고>

우리는 누구나 다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은 허황된 것일 수도 있고 또 현실적 일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인내하면서 하루하루를 일구어 나갑니다.

그러다보면 허황된 꿈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 공허함이 있고,

현실적인 꿈은 우리의 창창한 미래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지난해 10월 26일, 개교기념 행사 때 강당 단상에 앉아 있던 50대 초반의 중년 여인들,

그 모습은 여러분의 30년 후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인천 여고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공부 했고, 같은 교문을 나선 동문들이지만 우리 중에는 교육자도 있고, 의료인도 있으며,

또 개인 사업을 하거나 현모양처로서의 전형적인 길을 걷는 등 각기 다른 모습으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면 그 중에 누가 성공한 것이고, 누가 실패한 것일까요?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성공한 것입니까?

아니면 사회적 명성을 얻은 사람입니까? 해답은 무엇이 실패이며 무엇이 성공한 삶인가를

판단하는 가치 기준에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소질과 능력을 가지고 창조 되었습니다.얼굴이 예쁘지 않더라도

고운 마음씨를, 키는 작더라도 야무진 성품을, 두뇌가 명석하지는 못해도 노력하는 끈기를

또는 손재주를…… 문제는 무엇이 나에게 가능성이 있는가를 찾는 것입니다.

이 숨겨져 있는 소질을 빨리 발견해서 잘 다듬고 가꾸어 나가야 하되

내면에는 성실함과 정직이 그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다 한들 남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부를 많이 축적하고 있다 한들 가정의 평화가 없으면 무슨 기쁨이 있겠습니까?

요즈음 사회를 열린사회라고 합니다.

열린사회란 사회구성원들이 다양한 능력과 창의를 마음껏 발휘하고, 개성과 자율을 존중해 주는

사회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사회 구성원들의 기능은 다양해 질 것이며 그 어떤 기능도

이 사회에서 꼭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즉 귀하고 천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라는 사회에서는, 특히 대학 입시라는 관문을 앞에 둔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성적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가치기준이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교육이란 신체 교육, 교양 교육, 일반(학문)교육 3가지가 평형을 이룸으로써

교육의 궁극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교육의 여건상 학문 교육에 치중하고 있어서

평가기준이 달라지게 돼는 것입니다. 학과성적이 좀 뒤진다 해서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으므로 이를 잘 살린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문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학자로서의 길을, 예. 체능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그 방향으로,

또 대인 관계가 원만하고 사교적인 사람은 사업을, 조용하고 사려 깊은 사람은 그 나름대로의 자질을

잘 살려서 각자의 주어진 소명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내가 소속해 있는 공동체에서 (작게는 가정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된다면, 그것이 곧 인생의 승리자이며, 성공적인 삶일 것입니다.

우리는 꿈을 갖되 잡히지 않는 먼 뜬 구름이 아니고, 나의 노력여하에 따라서 성취할 수 있는

소박한 꿈을 가짐으로써 그 꿈을 이루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삶의 가치 중에 가장 소중한 성공이 아닐까요?